임금피크제 자세히 알아보기
최근 들어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대법원이 “단지 나이를 기준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임금피크제란 무엇인지, 현재 어떤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제도의 국제적 비교까지 폭넓게 살펴보겠습니다.
임금피크제란 무엇인가요?
임금피크제는 2016년,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정책과 맞물려 도입된 제도입니다. 정년을 늘리면서 발생할 수 있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방식으로,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면서도 일정 시점부터 임금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제도는 정년이 늘어남에 따라 생기는 고용 유지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청년층의 신규 채용 확대라는 긍정적인 기대감도 담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대기업의 약 절반가량(300인 이상 기업의 48.7%)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소기업(300인 미만)에서도 약 4.58%가 해당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임금피크제, 도입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효과
문제는 기업마다 임금피크제 운영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고용노동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보다는 각 기업의 자율에 맡긴 탓에, 동일 제도임에도 실제 적용에 있어 큰 차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100인 이상 299인 이하 중소기업 중 약 3분의 1이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데, 이들 기업의 근로자 중 50대 이상의 비율이 높다 보니 제도 시행에 따른 마찰과 혼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로 본 임금피크제의 문제점
2023년 5월, 대법원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퇴직자가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정년은 유지하면서 임금을 줄인 것은 부당하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 판결은 나이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연령 차별’에 해당한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임금피크제가 정당한 제도인지 판단하기 위해 아래 네 가지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 도입 목적이 타당한가?
▶ 근로자에게 주는 불이익은 어느 정도인가?
▶ 불이익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가 있는가?
▶ 절감된 인건비는 제도 취지에 맞게 사용되는가?
이로 인해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고민이 커졌고, 정책적인 보완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임금피크제, 모두 무효인가요?
모든 임금피크제가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제도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그 중 일부만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습니다.
▶ 정년연장형: 정년을 늘리는 대신, 늘어난 기간 동안 임금을 조정하는 방식
▶ 정년보장형: 기존 정년을 보장하면서 그 이전부터 임금을 줄이는 형태
▶ 고용연장형: 정년 이후 계약직 등의 형태로 재고용하는 방식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를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며, 정년연장형과 고용연장형은 별도의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같은 시기 하급심에서는 ‘정년연장형은 유효하다’는 판단도 내려졌습니다.
임금피크제,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임금피크제는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제도는 아닙니다. 한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만 운영되고 있으며, 이들 국가는 공통적으로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와 고령화 사회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일본: 1998년 정년이 55세에서 60세로 늘어난 것을 계기로 임금피크제가 확대됐으며, 정년 퇴직 후 재고용이 일반화돼 있습니다.
▶ 미국·영국: 개인의 성과 중심으로 급여가 책정되는 구조로, 임금피크제 자체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노사 갈등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
현재 국민은행, 르노코리아자동차, 포스코 등에서는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소송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노동자 측은 “업무는 그대로인데 임금만 줄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경영진은 “노조와의 합의사항이었고, 인력 관리가 어려워졌다”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고령 인력을 퇴출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임금피크제가 악용되고 있다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어, 제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의 시선: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경영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임금체계가 여전히 호봉제 중심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성과 중심의 연봉제가 일반화된 국가에서는 임금피크제가 불필요하지만, 한국처럼 해고가 어려운 구조에서는 정년 연장과 함께 고용 안정, 임금 조정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결국 임금피크제를 지속하려면 명확한 기준 마련, 노사 간 충분한 협의, 정부의 가이드라인 제공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임금피크제는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고용 안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제도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법적 분쟁과 노사 갈등을 통해, 이제는 제도의 본래 목적을 되짚고 현실에 맞게 조정할 시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한 임금 조정이 아닌, 고령화 시대의 지속가능한 고용 전략으로서 다시 설계되어야 할 때입니다.